인천대학교(이하 ‘인천대’)가 젊어지고 있다. 인천대는 지난해 1월 시립대에서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된 이후 63명의 교수를 새로 채용했다. 그 가운데 신임교수 3인방이 눈길을 끈다. 최근 잇따라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김병훈(41·물리학과)·이한보람(35·신소재공학과)·안호선(34·기계시스템공학부 기계로봇공학 전공) 교수다.
◇활발한 학교 지원이 연구 성과의 견인차
세 교수를 하나로 묶는 키워드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물질로, 현재 과학계가 활발히 연구 중인 신소재다. 각자의 분야에서 그래핀을 연구하던 이들은 인천대 재직 이후 여러 국제학술지에 이름을 알렸다. 김병훈 교수는 그래핀을 이용해 일반섬유를 전자섬유로 간단하게 전환하는 기술 논문으로 지난해 8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 안호선 교수의 3차원 그래핀 개발에 관한 논문이 사이언티픽리포트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지난달엔 이한보람 교수의 그래핀 결함 치유법 논문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소개됐다.
세 사람은 “우리가 낸 최근 실적은 학교가 지원하는 '융합연구그룹’ 덕분"이라고 말했다. 인천대는 2020년 5대 거점 국립대학 진입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융합연구그룹 사업은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그룹(11개)을 형성해 토론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지원한다. 세 교수는 나노융합소재 연구그룹에 속해 있으며 특히 그래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이 교수는 "융합연구그룹이라는 명칭이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모여서 수다 떠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웃었다. "즐겁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옵니다. 각자 방에서 자기 연구에만 몰두하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정보를 교류하면서 생겨나는 효과죠.” 안 교수는 “융합연구그룹을 통해 그래핀을 색다른 방향으로 보게 됐다"며 "시간이 부족해 미처 논문으로 다 담아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학교의 지원을 받은 세 사람은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고, 논문을 연간 10개 이상 써낼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변화하는 인천대… 환경 개선되고 학생들 열의 높아져
연구 지원이 늘어난 것 외에도 인천대에선 다양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제물포에서 송도캠퍼스로 이전해 모든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교내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울산과학기술대(UNIST)에서 모교로 돌아온 김 교수(인천대 물리학과 92학번)는 "학부 시절과 비교하면 학교가 천지개벽(天地開闢) 수준으로 달라졌다"며 "이곳에 온 신임교수들은 인천대가 이미 급성장을 시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꿀 장비를 많이 들여왔어요. 모든 실험에서 컴퓨터 기반 실험(micro computer based laboratory)을 이용해 빠르게 데이터를 얻을 수 있도록 했고, 학생들이 스스로 실험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각종 기자재와 재료, 멘토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학부생들도 최신 고가 장비를 다룰 수 있죠.”
포항공대에서 온 안 교수는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열의를 지닌 학생들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간단한 보고서를 과제로 냈는데, 어떤 학생들은 대학원생 수준의 논문을 작성해왔습니다. 수준이 높아 기존 논문을 베낀 건 아닌지 의심했을 정도예요.” 스탠포드대 박사 후 연구원 출신인 이한보람 교수 역시 “수업이 끝나면 학생 두세 명이 기본으로 따라붙어 질문을 퍼붓는다"며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인천대 학생들은 타 명문대 학생 못지않은 잠재력이 있습니다. 이들의 숨은 힘을 밖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우리 젊은 교수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래핀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이차원 물질이다. 강도가 철보다 200배 강하고, 열전도율이 구리보다 10배 높다. 탄소가 지구에서 가장 흔한 물질 중 하나인 만큼, 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하다. 용도가 다양해 미래 활용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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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22/2014102202966.html